활자의 숲, 활판인쇄박물관
파주로 드라이브를 갔다. 파주출판도시 내의 지혜의 숲은 가봤은데 바로 그 안 지하 1층에 활판의 숲이 있는 건 이번에 알게 됐다. 그리고 활판인쇄박물관이 있는데 세계 최초의 활판인쇄국가의 명맥을 잇고 교육을 위해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책 만들기, 액자 만들기, 책갈피 만들기 등 체험을 할 수 있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게 좋다.
우리는 책 만들기 체험을 예약하고 방문했다. 예약할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아서 꼭 미리 예약을 추천한다. 직접 책 속지부터 만드는 것 은 아니고 내용을 이솝우화와 명언집 중 선택하면 옛 조상들의 오침제본술을 배워가며 책을 만들 수 있다.
오침제본술은 우리나라 전통의 제본술이고 일본은 사침제본을 한다고 한다. 알려주시는 선생님께서는 아마도 우리나라가 4자라는 숫자의 의미를 나쁘게 해석해서 오침으로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씀하셨다.
책의 겉면인 표지를 직접 인쇄할 수 있다. 선생님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서 활판에 대해 먼저 말씀을 듣고 영상도 한편 보게 된다. 그리고는 아이들의 이름을 각자가 직접 찾아서 가져가면 이름을 인쇄할 수 있다. 활판에 잉크를 직접 묻히고 준비된 종이를 올려서 롤링형식으로 된 곳을 지나가면 인쇄가 된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포드 인쇄기라고 하셨던 것 같다.
발자국과 대출
활판인쇄박물관을 방문하면 옛 초등학교 교실 마룻바닥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발자국도 볼 수 있다. 그 발자국은 포토 스폿인데 총 5개의 발자국을 찾을 수 있다. 발자국에서 사진을 찍고 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면 인쇄기로 만든 예쁜 글과 그림이 담긴 엽서를 선물로 주신다. 이런 건 아이들을 위한 미션활동으로 좋은 것 같다.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이 열심히 발자국을 찾았다. 귀염둥이 첫째, 둘째가 돌아다니며 발자국을 찾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름을 찾아서 활판을 담을 때는 우리가 글을 읽는 순서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하면 안 된다. 활판이 인쇄가 되기 때문에 반대로 배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활판에 대출, 소출, 벽자가 쓰여있는데 이것은 자주 사용하는 활판, 그다음으로 쓰는 활판 마지막으로 평생 살아도 쓸까 말까 하는 활판으로 나뉘어 있다. 이것은 대출, 소출, 벽자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특이한 이름이 아니고서는 대출 영역에서 이름을 찾을 수 있다.
보성사
보성사는 3.1 독립선언문을 활판으로 인쇄한 근대 최고의 출판인쇄소다. 이를 KBS다큐멘터리팀이 활판인쇄박물관에 복원하였다. 다큐팀이 촬영을 위해 불태워진 보성사를 복원했는데 곳곳에 독립의 힘과 정신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하고 뭉클한 생각이 들었다. 보성사는 그 당시 8면 활판기 등을 독일에서 수입하여 석판 인쇄시설까지 갖춘 곳이었다. 한국인 인쇄소로서는 시설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보성사 소유주였던 천도교 교주 의암 손병희의 특명으로 육당 최남선이 3.1 독립선언서의 초안을 집필하고 민족대표 33인이 서명한 독립선언서를 넘겨받아 사장 이종일, 공장감독 김홍규, 총무 장효근이 1919년 2월 27일 밤에 3만 5천 장의 인쇄했다. 얼마나 살 떨리는 일일까...
여전히 움직이는 인쇄기
활판인쇄박물관에 있는 인쇄기들은 가동이 가능한 것들이다. 박물관에 있는 25톤의 활판, 3천5백만 자의 활자와 자모, 주조기는 우리나라의 마지막 활자제조공장(판매점)인 제일활자에서 옮겨왔다. 김태인 선생이 1969년 33세에 전주에 세운 제일활자는 호남, 충청, 경기, 인천지역 인쇄소에 활자를 공급하던 역할을 했다. 제일활자는 김태인 창업주의 아들인 김명식 선생이 이어받아 현재도 돌아가고 있다.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전히 살아서 움직이는 기계들인데 박물관이라는 명칭은 좀 더 고급지라고 만든 건 아닐까? 살아 움직이는 기계를 볼 수 있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아주 고요한 공장을 체험하는 듯했다. 가동되는 인쇄기의 변천사를 보면서 세계 최초의 활판을 인쇄했던 직지심체요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실제 체험을 할 때 직지심체요절을 인쇄한 책자를 보여주셨다.
직지가 현재는 프랑스에 있는데 과거 프랑스 공사 콜랭 드 플랑시가 조선에 와서 돈을 지불하고 사갔다고 한다. 고서적 수집이 취미였다고 하는데 참으로 애석하다. 직지의 현재 가치는 약 8,700백억 원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파주에서 아이와 부모가 만족한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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